千 화백 차녀 김정희 교수 책 ‘천경자 코드’ 발간

“다시 횃불을 지피는 마음으로 어머니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싶었어요.”

고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오른쪽 사진) 미국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천 화백의 ‘미인도’ 위작 여부를 천 화백의 특징적인 화법(畵法)을 통해 분석한 책 ‘천경자 코드’(왼쪽)의 발간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20일로 예정된 책 출간 기자 간담회에 앞서 17일 문화일보와 만나 “집단의 이익과 권위를 지키기 위해 한 작가의 영혼을 말살하며 얼마나 많은 거짓이 만들어졌는지 밝히기 위해 책을 내게 됐다”며 “어머니가 양심을 속이고 ‘그렇다’고 했으면 편했겠지만 아닌 걸 아니라고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에 압류당한 천 화백의 작품이라며 소장한 ‘미인도’에 대해 1991년 천 화백이 “내 작품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위작 논란이 시작됐다. 한 미술평론가가 이 그림이 천 화백의 진품이라고 주장하며 파문이 일었고, 2015년 천 화백이 사망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김 교수는 “‘미인도’가 가짜임에도 진품이라고 주장한다”며 국립현대미술관 직원 등 6명을 고소·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12월 5명을 무혐의 처분하고, 1명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며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 교수는 “검찰의 수사 성과가 없어 해외 전문기관에 감정 의뢰를 하기로 했고, 검찰도 동의했다. 약 8만 달러가 드는 비용을 은퇴 연금을 꺼내서 충당했다”며 “프랑스 유명 감정팀이 1650장의 단층 사진을 촬영해 9개 검사 항목 모두 위작이라는 결론을 냈지만 검찰은 진품이라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남편(문범강 조지타운대 미술과 교수)의 동료인 클리프 키에포 조지타운대 교수에게 어머니가 1977년에 그린 진품과 ‘미인도’를 비교해달라고 부탁했다”며 “키에포 교수가 처음에는 주저하다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물화를 이렇게 그린 건 처음 본다’며 흔쾌히 수락했다”고 덧붙였다.

이 책에는 ‘홍채의 비밀’ ‘인중의 비밀’ ‘입술의 비밀’ ‘스케치 선의 비밀’ ‘숟가락의 비밀’ 등 천 화백의 화법을 분석해 동시기 진품과 ‘미인도’를 비교한 5가지 ‘코드’가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어머니는 인물의 눈에서 광이 날 때까지 반복적으로 붓질을 했다. 진품에 그려진 홍채는 켜켜이 쌓인 굴곡이 있지만 ‘미인도’는 평면적으로 그려졌다”며 “또 어머니가 1970년대 후반에 그린 인물화에는 인중과 입술 근육이 생략됐는데 ‘미인도’에는 인중이 그려져 있고, 입술 굴곡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어머니는 나무틀에 화선지를 1cm 정도 두께로 배접한 화판에 그림을 그렸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동양화처럼 본을 뜨지 않는다”며 “하지만 ‘미인도’에는 날카로운 스케치 선이 있다. 검찰은 그걸 진품의 근거로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숟가락의 비밀’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나머지 비밀은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은 어머니에 대해 잘 모른다”며 “또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를 감성적이고 환상적인 인물로 알고 있지만 굴곡진 삶을 살며 억센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구도자의 길을 걸으신 분이다. 이 책을 통해 그런 어머니의 삶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사진 = 신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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